

2026.10.10 - 2026.12.09
갤러리 조선:월요일 휴무, WWNN: 일,월요일 휴무
서울 종로구 북촌로5길 64
청대의 지괴 소설이나 동북아 전통 화론 등의 다양한 한문 텍스트를 필사하고 한글 독음과 해석을 달아보는 개인적인 공부를 지속하던 와중에, 이런 공부 과정에서 나오는 노트 필기들이 어떤 면에서는 나의 예전 그림보다 더 나아 보이는 순간이 왔다. 노트는 이러하다. 원문(한문)은 보통 검정 글씨로 비교적 반듯하고 크게 쓴다. 그에 달리는 독음이나 한글 해석은 여러 다른 색으로 쓰는데, 한글 해석이 생각보다 길어져 페이지를 넘어가게 되거나 삐뚤어지기도 하고, 틀린 글자를 지우고 다시 쓰기도 하고, 형광색으로 내용의 구획을 나누거나 중요한 것을 표시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화면에는 낯선 언어와 익숙한 언어가 뒤섞이고 낡은 색과 밝고 산뜻한 색이 병치되며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명확하게 구분된다. 이는 언어의 눈으로 보면 습자와 번역에 대한 것이지만, 그림의 눈으로 보면 예상치 못한 색과 형태가 서서히 떠오르는 것이며 변변찮은 미적 계획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필연적인 구성이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것이기도 하다.
